끄적끄적

동기가 떠나가요

Altius 2020. 12. 7. 20:04

7월군번 애들 점점 한두명씩 집에 가기 시작했다. 물론 얘들이 분대장에 이발병에 특급전사에 보물차기에.. 받을 수 있는 휴가 싹 다 끌어모아서 받긴 했지만 그래도 동기인데.. 난 언제 집에 가나 싶다.

송 병장 집 갈 때가 다가와서 전역모를 맞춰 줬다. 하나뿐인 맞선임 후임보다 집 늦게 가게 생겼는데 챙길 건 챙겨 줘야지. 혼자 열심히 그림 그려가며 업체랑 연락해서 만들었는데 생각보다 퀄리티가 높아서 만족스럽다.

시간은 점점 느리게 가고 하루에도 두세 번씩 군돌이 켜서 확인하는 불치병이 생겼다. 아직 너무 많이 남아서 최후의 양심(?) 비슷한 걸로다가 전역 전 휴가를 빼고 디데이를 계산하는 짓은 하지 않고 있다. 석현이마저도 집에 가버리면 그때부턴 진짜 휴가 포함해서 세야지.

전역 전 까지 당직은 4번이 남았고, 요즘 당직때 책을 읽고 있다. 뭐 승기처럼 거창하게 자기계발서 그런거 아니고 소설책이다. 추리소설 위주로 읽고 있는데 너무 오랜만에 읽는 글이라 그런지 예전만큼 속도도 안 나오고 등장인물도 헷갈리더라. 그래도 나름 시간 떼우기는 좋은 것 같다. 꽤나 이름있는 소설들 몇 권이 남아 있는데, 근무때 한 두 페이지씩 읽다 보면 전역이 보이지 않을까?

훈련도 없고 작업도 없어서 시간이 진짜 미친듯이 안 간다. 전역하는 사람이 생겨서 근무자 수가 줄다 보니 근무만 주구장창 들어가는 중. 그렇다고 훈련을 하고 싶다는건 아니고.. 시간은 빨리 가면 좋겠고 아무것도 하기 싫은 게 요즘 내 놀부심보다.

군생활이 110일 남짓 남았다. 4개월이 조금 안 되는 시간동안 뭔가 생산적인 할 일을 찾아야 한다. 코딩공부나 영어공부라도 할까 생각도 해 봤지만 역시 여기서는 뭔가 공부를 시작하기는 쉽지 않다. 주변에 아무것도 없고 전혀 방해받지 않는 상황이거나, 아예 친구들이랑 같이 공부하거나 둘 중에 하나가 돼야 하는데 여긴 그런 상황과는 거리가 멀다. 뭐 핑계라면 핑계일 수 있겠지만 약장 작대기 하나에 10Kg이라고 하지 않는가. 거의 40키로짜리 붙이고 다니려니 몸이 무겁다 이거지. 결국 이병때 샀던 자바의 정석이랑 C++ 책은 손도 못 댔다ㅋㅋㅋ
철원 지역에 코로나가 완화되고 작업 재료들이 수급되기 시작하면 밀린 작업들 또 폭탄같이 밀려올 텐데, 그때 그냥 일병 마인드로 첨부터 끝까지 내가 다 해 볼까 싶기도 하다. 시간 좀 빨리 가라고. 다음 주에는 석현이랑 단말실 배선 정리 같이 하기로 했다. 본격 심심해서 일을 만들어서 하는 말년..

7일까지 휴가 통제라더니 아니나다를까 28일까지로 연장됐다. 수도권은 거리두기 2.5단계로 격상됐고, 나머지 지역은 전면 2단계 시행이란다. 뭐.. 할 말이 많지만 신분이 신분인지라 여기선 말을 아끼겠다.
암튼 결국 12월28일에는 휴가를 못 나가게 됐다ㅡㅡ; 뭐.. 서정이도 현지전역이 더 나을 거 같다고 했었고 나도 그 말에 설득당하고 있던 터라 아쉽긴 하지만 예전만큼의 스트레스는 없다. 역시 휴가는 통제당했을 때 보다 통제당할지 말지 모르는 상황에서 출발일을 기다려야 할 때가 제일 엿같은 법이거든.

서정이는 한창 기말고사 치랴 플젝 하랴 안쓰러울 정도로 엄청 바쁘다. 그래도 조금만 지나가면 종강이고, 다음 학기가 시작되기 전에 난 집에 간다. 그날까지 무기력해지지 말고 서로 좀만 힘내 보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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