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15
131. 누구 말처럼 기상청 번호 아니고 남은 군복무 일수다.
어쩌다 보니 3일 늘어나서 아직 130대긴 하지만 돌이켜 보면 꽤 많이 했다 싶다. 물론 아직 꽤 많이 남은 것도 사실이다.
잘 안 들어가는 단톡방들의 앨범에서 과거의 내가 보낸 군돌이 캡쳐샷을 보면 이땐 몇%였구나..싶어서 감회가 새롭다.
세 번째 휴가를 다녀온지 일주일정도가 지났다. 오늘 아침에 기상하자마자 들은 소리는 4중대 모 간부님의 가족분이 확진돼서 해당 간부님은 PCR검사를 받으러 가셨고, 휴가가 통제될 수도 있다는 말. 이미 어제 포병연대 예하 대대 4개 중 3곳에서 확진자가 나왔다는 말을 들은 터라 그리 놀랍지도 않았다. 다만 휴가를 미리 갔다 와서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했다. 이것저것 스트레스 받아 가면서 아득바득 첫 번째 조로 나가려고 한 데는 다 이유가 있지.
휴가 꼴랑 5일 다녀왔는데 14일동안 예방적 관찰이라 불리는 생활을 해야 한다. 아무도 모든 것을 원칙대로 다 지키고 있지는 않지만 그래도 답답한 것은 사실이다. 예방적 관찰 인원의 근무는 그냥 열외하는 것으로 결정됐는데, 모두가 손해 보는 결정이라 생각한다. 어차피 일과 다 같이 뛰면서 근무는 왜 빠지라는 건지. 내가 빠지면 남은 애들이 고생이고, 걔들이 빠지면 남은 근무를 내가 다 채워야 한다. 그래도 뭐 근무 없으니까 서정이랑 연락 매일 돼서 좋긴 하다.
말이 좋아 예방적 관찰이지 일 시킬 건 다 시킨다. 오히려 내 보직에 맞지 않는 일을 하려니 재미도 없고 의미도 없고 영 시간도 안 간다. 통신병한테 잡초 뽑고 탄박스 나르게 시키기 있냐? 고급인력한테 너무하네.
머규형이 백일 깨지면 사람이 하루하루 세게 돼서 시간이 더 안 간다는데 거의 250일 언저리부터 하루하루 세고 있던 터라 특별히 더 느리게 가지는 않을 듯 하다. 지금 했던 만큼의 1/3은 더 해야 전역이라는 사실이 좀 소름끼치긴 하지만 뭐 별 수 있나. 해야지. 다만 남은 휴가를 내가 원할 때 쓸 수 있었으면 하는 소박한 바람이 있다. 아니 어쩌면 너무 큰 바람일지도.
최근에 비트가 한참 올랐길래 50만원치 질렀다가 바로 손절했다. 아니 미친놈아 왜 몇주동안 상승만 하다가 내가 사자마자 떨어지는건데. 남의 돈 벌어먹기 쉽지 않은 거 같다. 공부나 열심히 해야지..
어제 연등 때는 GP506이라는 영화를 봤다. 예전에 연등할 때 군대 와서 굳이 군대 배경의 영화를 봐야 하나 싶어서 패스했었는데, 딱히 볼게 없어서 저걸 틀었다. 08년에 개봉한 영화 치고는 뭐 나름 신선하게 볼 만 했던 것 같다. 주연 중에 한 명이 예전 저격반 선임이랑 닮았는데, 하는 짓도 비슷해서 재밌었다. 나름 잘해줬었는데 잘 살고 있으려나.
격리는 밥 먹기가 참 고역이다. 시간대가 정해져 있긴 한데 까딱 잘못해서 늦게 갔다간 다른 중대에서 먼저 다 먹어 치워버린다. 밥도 비격리자들보다 한 시간 늦게 먹는데, 조리 완료 시각은 다 같으니까 그 한 시간동안 밥이 다 식는다. 오늘은 무슨 플라스틱으로 만든 밥 먹는 줄 알았다.
점심 먹다 짜증나서 다 버리고 PX열자마자 치밥이랑 리챔 사왔다. 리챔 오리지널맛 먹지마라. 개 맛없다. 전자렌지 4분 돌려서 겉바속촉 만들어 먹긴 했는데 간이 1도 안맞더라. 청도 여행가서 남은 와사비 들고 오길 잘했다. 치밥에 와사비 해서 먹으니까 적당히 맛있게 먹을 만 하더라.
격리중이라 그런건지 휴가 다녀와서 그런건지 동기들이 하나둘씩 전역을 준비하고 있어서 그런건지 크게 의욕이 안 생긴다. 전역해서 뭐 할지 뚜렷한 계획도 없으면서 일단 전역부터 하고 싶은 이 느낌. 전에 통신 일 하면 그래도 재밌었는데. 빨리 격리나 풀리면 좋겠다. 생활관 너무 좁다. 무슨 닭장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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